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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입이네

"…… 이것으로 알았어? 이제 「왜」는 금지야"

 

 

「…………」

 

 호오, 하고 무의식적으로 입김이 새어 나왔다. 그것은 순정만화 한 권을 다 읽고 난 독후감이라기보다는 만화의 세계에서 행해지고 있던 교환에 대한 소리가 나지 않는 감회였다.

 키스신. 입맞춤. 남녀의 연애가 주를 이루는 소녀 만화에서는, 작품 중 어딘가의 전개에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삽입되는 묘사다. 출현빈도는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것으로는 한 권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입술과 입술이 연결되는 그림이 삽입된다. 린제는 그런 키스신을 볼 때마다, 가슴에 묘한 술렁임을 느낀다.

 

"키스……남녀가 입술을…"

 

 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 몇 번이나 도는 하나의 광경

 그림 저편에서 남자와 여자의 입술이 서로 맞닿아 있을 뿐, 그 감각은 독자에게 전해지지 않고 당사자들끼리의 감정이나 생각이 전해지는 일도 없다. 그런데도 그 광경을 보기만 해도 그녀의 마음은 쿵쿵 뛴다. 치요코 왈 '두근두근'이라는 것이겠지만, 다른 사람의 행위를 보고 어디에 흥분을 할 요소가 있단 말인가.

 

--이 장면이라던가, 정말로 굉장히 쿵쿵거렸어~.린제짱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쿵쿵

 무슨 소리일까? 이 말을 했을 때 치요코의 손짓으로 미루어볼 때 심장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장에서부터 쿵쾅쿵쾅 생명이 늘어뜨리는 고동소리치고는 가볍다. 맥에 이상한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치요코는 지극히 건강하기 때문에 역행적으로 말하는 의미는 갖고 있지 않다고 추측할 수 있다.

 

 좋아하게 된다 고백을 한다. 손을 잡는다. 끌어안는다. 서로 껴안는다. 입을 맞춘다.

 그 모든 것은 보고 있는 사람을 '쿵쿵'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린제 자신이 지금 느끼고 있는 기분의 고조야말로 거기에 해당하는지도 모른다.

 

"키스..."

 

 짧고 작은 울림이 오로지 실내에, 연약하게 메아리친다. 목소리로만 냈는데도 형언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치밀고 체온의 상승을 느낀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의 한 방. 평상시 같으면 전기도 창으로부터 들어오는 빛도 있을 법한 일실이, 황혼 무렵이 되어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에 어둑어둑한 세계로 변모하고 있었다. 일단 창문 근처는 어느 정도의 밝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썰렁하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순정만화를 읽는 것은 아마 잘못된 선택이었을 것이다.

 무슨 일을 저지르지는 않을거라는 자신이 없다. 적어도 오늘 끝날 때까지는 머릿속에 그 키스신이 계속 있을 것 같다. 가슴 속에 눌러앉은 묘한 기분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외로움,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듯한 감각이 혼재하고 있다.

 

 행복한 이야기를 보았을 텐데 왜 이렇게 쓸쓸한 마음이 생기는 걸까.

 

수고하십니다-,어라 린제? 이런 어두운 곳에서 뭐하고 있는 거야?

 

 자리를 비운다며 잠시 외출했던 프로듀서가 돌아왔다. 어둠침침한 바깥 불빛 아래 앉아 있던 린제에게 가장 먼저 반응한다. 조금이지만 기분이 좋다

 

"프로듀서님수고 많으셨습니다."

"책을 읽었구나. 하지만 불을 안 켜면 눈이 나빠져"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린제도 몇 페이지로 손을 멈출 생각이었지만……읽어 나가다보면, 브레이크가 듣지 않게 되어서……

"그건 좀 이해가 갈지도. 나도 처음에는 조금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읽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게 되는 것 같고」

 

 그는 짐을 책상에 내려놓으며 명랑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요즘은 연일 일이 바빠 오늘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심신이 피폐해져 있을 터인데, 이런 때에까지 상냥한 미소를 지어준다. 늠름하고 온화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린제는 가슴을 조여오는 듯한 무언가를 느꼈다.

 독서 후부터 느꼈던 웅성거림을 형상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반사적으로 일어선다.

 

"...이게 '쿵쿵'...?"

'쿵쿵? 이 뭐야?'

"아니요……"

 

 그와 함께 있기만 해도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다. 의중의 상대가 옆에 있으면 그것만으로 행복한 기분이 든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에 마음이 들뜬 것은 틀림없다는 것을 린제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이상하다, 어딘가 이상하다. 그를 보고 있자면 여느 때 이상으로 혈액순환이 가속해, 가슴을 죄어 들어서 배 밑바닥으로부터 느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개운치 않은 감각이 솟아 올라 온다. 속이 메스꺼운 게 아니라 뭔가를 원하는 듯한 느낌이 형언하기 어렵다.

 

"린제 무슨 일이야, 괜찮아? 몸이라도 안 좋아? 오늘 댄스 레슨 때문에 어딘가……열이라도 나는 거 아냐?"

 

 눈살을 찌푸리고 떨어진 위치에서 작업을 하던 프로듀서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온다.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불안과 걱정. 그의 모습으로 볼 때 이 흥분은 어느 정도 외면에서도 드러나고 있다는 말인 것일까.

 

"일단 앉아서 체온을 재보자, 지금 체온계를 가져올 테니까 기다려줘"

 

 선 채로 있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는지 프로듀서가 말하면서 살짝 몸을 숙여 어깨에 손을 얹는다. 아마도 앉히려는 행동이었겠지만 억센 손놀림에 꽉 잡혀 린제의 감정은 최고조까지 흔들렸다.

 심장의 고동이 쿵쿵, 체내에서 쿵쾅쿵쾅 울린다. 시야는 계속 빙빙 돌고, 머릿속은 하얗게 질린다. 아무것도 사고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발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터무니없는 「무」만이 뇌내를 지배한다. 목덜미를 긁힌 것 같은 충격이 가슴에 직접 전해 온다.

 

 고동.고동.고동.고동.고동.고동.고동.고동.고동.고동.고동.

 

 강제로 소파에 몸을 눕힐려는 그의 손이 사랑스럽다. 좋아하고 좋아해서 견딜 수가 없다. 시야에 그밖에 비치지 않는다. 무언가 필사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것 같지만 목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고 허공을 울린다. 올곧고 진지한 눈동자가 이쪽을 꿰뚫고 있다. 반듯한 이목구비가 세상 무엇보다 아름답다. 짧고 단단한 질감을 지닐 듯하며 어딘가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이 출렁이고 있다.

그 모든 것을 제쳐두고 몽롱한 의식 속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그의 입술이다. 아주 조금 건조하고, 감정의 움직임에 맞추어 확실히 개폐한다. 지금 내 입술이 어떤 상태인지는 모르지만, 만화의 세계처럼 그 장소에 겹쳐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요컨대 내게 있어 쿵쿵이란 동경에 대한 흥분의 표시였다는 것이다.

 

 세세한 사고를 포기한 린제는 그의 뻗은 양팔 사이를 통해 자신의 손을 위로 뻗는다. 떨리는 손끝이 프로듀서의 뺨을 향한다. 손끝이 실은 제법 고운 피부를 가진 양쪽 뺨에 다다랐고,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하는 그의 표정을 완전히 포착했다.

 양손을 뺨에 대고 키 차이를 메우려고 얼굴을 위로 올리고, 그래도 아직 부족하면 기지개를 켠다.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에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고 프로듀서도 얼굴을 붉히며 호소한다. 그러나 번뇌로 가득 찬 소녀의 머리엔 그런 말이 들릴 리 없다. 무슨 말을 해도 목소리는 차단된다.

 

 린제는 조금씩, 조금씩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최종적으로 접촉하게 될 부분을 약간 내밀고, 천천히. 시간의 흐름이 이상하게 느리게 느껴질수록, 정중하고 천천히 다가간다. 신장 차이는 있지만, 그가 몸을 굽히고 있는 지금이라면 몸을 펴는 것만으로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맞을까. 경험이 없으니 틀리면 어떡해 할까. 첫 키스에는 첫 키스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이번 키스에는 자신만일까. 그렇다면 꽤 슬프다. 만약 그가 이미 경험했다면 지금까지의 감정 고조로 인한 행위도 그에겐 몇 번째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아니, 지금 생각할 일이 아니다. 애초에 주저할 지점은 훨씬 넘어버렸다.

 

"프로듀서님……"

 

 몇번이나 부른, 가장 좋아하는 존재에게 마지막 말을 건다. 욕망에 젖어서 이젠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빨리 이 충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를 원한다, 그를 원해서, 있을 수 없을 만큼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아가서--

 

 

 

-------------------------

 

 

 

 그 순간은 찰나, 하지만 영구히 흐르는듯이.

 살짝 고개를 기울여 첫눈이 내린 지대를 어루만지듯.

 그저 조용히 두 사람의 입술은 서로 겹쳐졌다. 자신의 입술을 짓누르는 감각과 부드러운 감촉을 동시에 맛본다. 입을 다물고 밀어붙이는 것뿐인데도 그때까지 폭발할 듯 타오르고 혼란했던 의식은 급물살을 탔다.

 감정이 식은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은 만족감으로 이루어진 안심. 입술을 통해 따뜻함이 전해진다. 다문 입으로는 숨을 쉴 수 없고 무슨일인지 의식적으로 호흡 수단을 모두 차단해 숨을 멈춘다. 차츰차츰 치밀어 오르는 괴로움, 그러나 싫지 않은, 오히려 물에 빠지는 듯한 감각이 행복감을 북돋우고 있었다.

 

 그와, 프로듀서님과 연결돼 있다. 이만한 행복을 얻어서 용서받을 수 있을까.

 

 강제로 키스를 당했을 텐데 프로듀서도 움직일 기미가 없다. 왜 그럴 것일까 멍하니 있자니 한계까지 뚫린 그의 눈동자와 정확히 시선이 마주쳤다.

 평소 같으면 눈만 마주쳐도 창피해서 눈을 딴 데로 돌릴 것 같은데 지금만큼은 계속 보고 싶다.직시하고 싶다. 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소비하고, 그와 나의 시선을 서로의 존재만으로 채우고 싶다.

 

--. 무음.

입술끼리 겹쳐져 있는만큼 정적이 계속 된다. 더 과격한 방법도 있다지만 지식이 부족해 더 이상 어쩔 줄 모른다. 이 행위는 사랑의 표현. 억제했던 사랑이 하나의 연결에서 흘러나온다. 온몸의 온갖 감각이, 신경이, 프로듀서와 밀접하게 접촉하고 있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다.

 더 이상은 바랄 방법도 모르고 지식도 없다. 그런데도 몸과 마음은 더 큰 사랑을 원하는 듯했다. 영원같이 느겨지던 시간의 입맞춤은 차분했던 마음에 격랑처럼 소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대로 계속 그와 연결되다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데도 더 그를 원한다. 아직도 부족하다.

 

"......흐으..."

 

 숨이 차서 말이 되지 못한 소리가 새어 나온다. 프로듀서도 약간 괴로워했기에 린제는 욕망을 조금 억제하며 입술을 떼었다.

 

--하아, 하아…….린제, …?"

 

 얼굴을 붉히고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경악하는 표정으로 프로듀서가 묻는다.

 그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 뭐 하는 거냐, 하는 감정은 존재하지 않고, 단지 순수한 물음표가 떠올라 있었다.

 

 그가 난처해 하고 있다. 느닷없이 이런 일을 당하면 누구라도 같은 반응을 취할 것이다. 빨리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감정과 욕망이 억제되지 않게 되었었다는 것을 설명하고 이해받아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이것이 키스...후후훗"

 

 린제는 프로듀서의 물음에도 반응하지 않고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부드럽게 뺨에 손을 얹었다.제지했던 세계에 두고 떠나온 체온과 고동이 되돌아오고 있다. 마음은커녕 몸 자체가 하늘로 날아갈 듯 가벼웠고 둥실둥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부유감이 온갖 감각에 작용하고 있었다.

 거기에 있는 건 만족감. 어딘가 부족했던 마음이 채워지면서 허용량을 가볍게 능가하는 행복이 쏠리고 있다. 입술에 남는 감촉과 조금 전까지 느꼈던 체온, 몇 번이고 상기시켜 주는 꿈같은 마음이 뇌 속에 박혀 떠나지 않는다. 키스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가진 모든 것을 통해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린제는 자신이 그 날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모를 행복감에 잠들었다.

 

 

다음날.

 

 조심스럽게 뭔가 말하고 싶다, 아니 이건 오히려.

 탐나는, 열띤 시선. 서늘한 표정 뒤에 숨길 수 없는 미열이 배인 젖은 진홍색 눈동자에, 전신을 볼 수 없는 촉수로 감겨진 것 같은 감각에 빠진다.

 조심스럽게 양복 소매를 꼬집는 그녀의 나긋나긋한 손가락. 직접적인 말은 없어도 그녀가 무엇을 전하려 하고 있는지는 그 손가락 끝이 웅변하고 있다.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전날의 그 광경. 겹쳐서 이어지는 감각과 몸도 마음도 애태우는 듯한 열. 맥박이 뛰는 심장과 상승하는 체온을 느끼며 모든 것이 제지된 세상에서 단 둘이 연결되어 있던 그 시간.

 

"…, 린제"

 

 꽁꽁 언 목구멍에서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 이름을 불렀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한산한 사무실에 작게 울려 퍼진 목소리에 그녀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프로듀서님"

 

 짧고 가련한 울림으로 이름이 불린 것에 대한 대답을 했다.

 이제부터 무엇이 시작될 것인가, 하고 의심할 여지는 조금도 없다. 24시간전의 지금과 같이, 여느때와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감싼 린제가 눈앞에 있다. 그것만으로 앞일은 간단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답은 곧 나온다.

 

"당신은 이런 린제를……받아 들여 주시겟습니까?"

 

 늘어놓는 말은 불안에 가득 차 있지만, 표정은 그것의 정반대로 해도 좋을 만큼 기분이 좋아보인다. 아마도 지금의 그녀는 말에 대한 대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무언의 긍정이, 꿈쩍도 하지 않고 행위를 받아들일 만한 긍정을 원할 뿐이다.

 그만둬야 한다.아이돌과 프로듀서라는 관계에 있어서 이 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도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찌르는 듯한 뜨거운 시선은 역시 육체와 뜻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

 

 경직돼 있는 사이에 다시 소녀의 달콤한 입술과 스스로의 입술이 겹쳐진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가냘픈 두 손이 목 뒤로 돌아가 끌어당기듯이 키스한다. 그 억지가 린제의 욕구를 매우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거듭될뿐인, 그 이상의 진전도 없는 단지 그것뿐인 행위. 오랫동안 단 한 번 입술끼리 맞닿고  있을 뿐인 시간. 행복한 듯이 눈동자를 감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소녀의 얼굴이 가까이 있어서 뿌리칠 수도, 도망칠 수도 없이, 가슴의 설렘을 느끼며 조용히 시간이 흘러갔다.

 

 

 

 다음날.

 

 요염하게 마음이 뜨는 시간도 이것으로 세 번째다.

 밖에서는 사람의 소리가, 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차나 신호가 울리는 사회의 소리가 울린다. 나아가는 세상에 단 두 사람, 린제와 프로듀서는 조용하고 조용한 실내에 갇혀 있었다.

 최근의 스케줄 관계상, 이 시간은 그와 단둘이 있기 쉽다. 30분 가까이 사무실에 둘밖에 없는 세계가 만들어진다.

 

 하긴 어제는 뭔가를 깨닫고 가려는 그를 억지로 만류했다. 불쾌하게 여기고 있을까.

 

 아주 조금 냉정한 생각이 뇌리를 스치지만 그런 것은 금방 지나간다. 거절당하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간편하고 우직한 변명만이 남았다.

 모리노 린제는 이틀 전의 키스에 완전히 마음이 지배되고 있었던 것이다. 솟아오르는 욕구와 행복을 찾는 손가락들, 둘 모두가 난생 처음 느껴 억제하는 방법도, 막는 방법도 모른다 .이 저녁 시간에 단둘이 있으면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술렁이는 마음에서 욕심이라는 불길이 쏟아져 나온다.

 

사랑을 전하고 행복을 느끼고 욕구를 소화하는 시간에 위화감을 갖지 않는 것을 파렴치하다고 비웃을까.

 분명 어딘가 경멸을 받고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이도 아닌데 강제로 입을 맞추는 여자따위 엉덩이가 가볍다고 여겨져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마음은 애욕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헤어나기조차 힘들어지고 있다. 넘치는 사랑을 입술을 통해 그에게 전하고 자기만족과 끝없는 행복에 녹아들어 간다. 끝나면 조용히 자기 방으로 돌아가 깊은 잠에 빠져 아침놀이 뜨는 하늘을 바라본다. 의식이 각성했을 무렵에는 전날의 일을 생각해 얼굴이 새빨개진다--느껴지는 것은 「후회」도 「부끄러움」도 아니고, 「바다와 같이 깊은 욕구」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만 거절당할 것을 두려워해 오늘도 그녀는 욕심과 사랑에 몸을 맡겨 그의 입술을 빼앗았다.

 

 

 

 다음날.

 

 뭔가 달라졌다

 

 지금까지의 행위와는 뭔가 다르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얹혀지면서 끝이었던 지금까지와는 뭔가 달랐다.

 그리고 위화감의 정체는 곧 드러난다.

 

잠깐, 잠깐, 잠깐, 린제!

 

 황급히 고개를 젖히고 스스로 몸을 빼 약간의 거리를 둔다.

 연결되어 있던 유일한 부분이 멀어진 것에 쓸쓸한 표정을 짓는 린제는, 이쪽의 모습에 작게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인지요?"

"방금 건 도대체아니, 다르게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기는 한데."

 

 끓어 달아오를 듯한 얼굴의 열을 꺼트릴려고 확확 손으로 바람을 부친다.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감각은 아직도 구강 내에 남아 있어서, 느낄 때마다 심장이 뛸 것 같다.

 린제의 혀가 위와 아래 입술 사이를 헤치고 침입했다. 이전까지는 서로의 영역이 불가침이라는 듯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마침내 그 균형을 깨뜨려버렸다. 너무도 당돌해서 입을 떼 버려--아니, 속행하는 것은 문제다.

 

린제, 왜 그래? 요즘 뭔가이상해?"

 

 기모노 차림의 소녀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요 며칠의 모습이 영 이상하다. 느닷없이 키스를 하던 그날부터 근본적인 무언가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아침이고 낮이고 평소와 다름없는 그녀인데 저녁이 되면 태도도 분위기도 극적으로 표변해 버리는 것이다.

 

 걱정하며 그녀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몸을 굽혔던 것이 나빴던 것일까.

 

--!?

 

 조금 힘이 들어간, 그러나 상냥한 입맞춤.

 한순간에 육박하며 키스를 받고 경악에 몸이 떨렸다. 눈앞의 진홍색 눈동자를 보니 고요 속에서 타오르는 열을 머금고 있었다. 그에게는 아마 프로듀서인 자신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문 입에 다시 한 번 조금 전의 감촉이 찾아왔다.

 

「……」

 

 다시금 망설여진 그것은 매끄럽고, 확실한 열기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입안으로 들어온다. 부드럽고 작은 혀에서 흘러 넘쳐져서 억제할 수 없는 사랑을 느끼며 뇌가 녹아내릴 것 같은 느낌에 빠졌다.

 그러나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아직 모르는지 혀는 어둠 속을 더듬듯 물 속을 발버둥치듯 불규칙하게 기어다닌다.

 

"..., ..., ..."

 

 헐떡거림과 의음이 뒤섞여 린제의 막힌 입에서 새어 나온다. 아직 부족함을 느꼈는지 자신의 입으로 힘껏 이쪽의 입을 가리듯이 벌리고 쭈욱 얼굴을 앞으로 내밀며 억지로 혀를 깊숙이 들이밀었다.

 

'……'

 

 핥아 먹고, 조금만 더 빨아 보거나, 좀 더 안쪽까지 넣으려고 혀를 내밀거나.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 순간에 하고 싶은 것만을 반복한다. 도달할 목적도 없이 끝없이 실내에는 소녀의 혀가 꼬는 소리와 요염한 교성만이 수없이 울려 퍼졌다.

 너무도 열렬한 그녀의 행동에 뇌를 침범당하면서도 프로듀서는 거절할 수도 없었기에 눈을 감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목 뒤로 팔을 돌려 최대한 얼굴을 가까이 다가오는 린제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 , 으읏……"

 

 숨이 쉬어지지 않는지 린제가 스스로 입을 떼었다. 두 사람의 타액이 엉켜 소녀의 연분홍 입술에서 실타래처럼 흘러내린다. 그것은 마치 떨어진 입술 사이를 연결하는 사슬 같았다. 투명한 실을 보고 린제는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웃었다.

 

「후훗…프로듀서님과 린제가이렇게도, 가까이에

 

 반들반들 빛나는 한 줄기 연결고리를 열띤 입김을 내뿜으며 자신의 자식처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그녀는 실이 끊어지기 전에 연결을 잃지 않기 위해 새로운 연결을 요구했고 확인도 하지 않고 키스를 했다.

 

"으음........으응...................핥짝,츄웁........"

 

 오로지 요염하게, 어찌되었든 사랑을 확인하도록. 욕심에 젖어 심장과 귀에 무척이나 나쁜 소리를 내고, 처음의 행위를, 미지의 세계를 뚫고 들어가듯이.

 혀가 움직일 때마다 느끼는 마음.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 없을 정도로 요염하고 선정적인 목소리로부터 전해지는, 린제가 안고 있는 막대한 호의. 반복할 때마다 몸에 전격이 가해지는 듯한 충격과 마음에 낙뢰가 박히는 듯한 감각이 계속 꿈틀거린다.

 

"..., 으응, 푸핫..."

 

 살짝 심지 없는 동작으로 살짝 몸을 일으키자 황홀한 표정으로 그녀는 이쪽을 바라봤다.

 찬란하게 빛나는 눈동자에 주홍빛으로 물든 뺨, 거친 숨결. 썩 만족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프로,듀서,니임……한번만 더……"

 

 완전히 자제력이 떨어졌는지 살살 녹는 듯한 달콤한 목소리로 키스를 졸랐고 이쪽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다시 입술을 포개왔다.

 

"...하아, ......츄웁......"

 

 물소리가 울려퍼진 교성. 귀를 폭력적으로 자극하는 소리의 연속으로 고동은 점점 빨라진다.얼굴의 열도 늘어 갔고, 격렬한 고동과 삶은 듯한 머리로 인해 의식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숨을 쉬지 못하는 것에 대한 괴로움은 느껴지지 않은 채로, 계속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야에 의식을 잃을 것 같지만 린제의 얼굴은 또렷하게 비친다. 팔을 돌려진 채 달라붙듯이 농후한 키스를 계속해, 정신을 차려 보니 자신과 린제의 몸은 소파에 누워 있었다.시선이 천장에 닿기 전에 앞에 린제가 보인다.어느새 밀려나 있었던 것 같다.

 

",.....한번만 더......언니가 더......합니다."

 

 확인도 없이 간청하듯 말하고, 떨어져 나간 입술이 다시 이어진다.두 개의 육체가 단 한 군데로 이어져 일체의 사양을 버리고 혀가 스며들었다.

 그리고,

 

...!? ...음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딥키스에 마침내 자제심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받아 들이기만 했을 텐데, 무의식중에 스스로의 혀를 그녀의 것과 얽혀 움직임을 봉쇄하듯이 빨아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쮸웁 으응 프로듀서니임츄룹

 

 공격만을 해봐서 그런지 공격받으면서 발생한 쾌감에 린제가 입술을 뗐다.

 

"프로듀서, …… 다시 한 번만 더 부디…"

"린제...더 이상은, 안 돼...내가 억제할 수 없어, ...!"

 

 스칠 듯한 제지의 말도 듣지 않고 벌써 몇 번째가 될지 모르는 교접이 시작된다. 뇌 안에서 경종이 요란하게 울리고 억제했던 감정과 욕구가 점점 드러난다. 뻗어나오는 혀를 혀로 잡아 핥았고 갈 곳 없던 두 손이 가냘픈 몸을 감싸안듯 돌았다. 억제할 수 없게 된 욕망은 손가락 끝으로부터 넘치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고, 소녀의 등에 닿은 후에는 마음대로 등줄기를 덧대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 , "

 

 신경이 느끼는 방향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서인지 아니면 접촉에 너무 민감해서인지 등을 만져진 린제의 몸이 꿈틀꿈틀거린다. 다른 방향에서의 쾌락에 한순간 몸을 뒤틀다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는 모습은 단적으로 상당히 에로틱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언급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사랑을 갈구하기 위해 행위를 재개했다.

 

", 으응, 으응, 으응, 으응, 츄웁, , 으응, 하앗..."

 

 그칠 줄 모르는 헐떡이는 소리. 쾌락과 행복을 이룰 방도도 없이 타락해 가는 표정. 몇 번이고 거듭하다 보면 끝없는 한 번만 더 들을 때 그녀가 그리워진다.

 

 더는 안 된다.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인지 등을 둘러쌓고 있던 손은 떨어졌고 키스가 끝나자마자 그 두 손은 린제의 어깨에 놓여졌다.

 

「하아……하아…….린제, 안 돼, 이건……그만해 줘."

"프로듀서, 니이임……어째서어,"

 

 한없이 비애에 찬 표정에 마음이 몹시 아프다.

 하지만 아니다,이런관계는 절대로 잘못된 것이다.

그러니까 --

 

「우선, 제대로……이런 것을 할 수 있는 관계가 되고 싶어」

 

 프로듀서는 어느새 깃든 그녀에 대한 사랑을 언젠가 형상화하겠다는 선택지를 택했다.

 

"키스는 아직 일러. 그러니까 일단……어디론가 나가거나 해서 진심으로 이런 걸 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땐."

"...당신께서는 린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 키스하고 나서는 더 헷갈려.

그럼 --

 

 모종의 거절이라고 할 수 있는 말을 해서 나름대로 상처를 줄 각오를 했지만.

 

--!

 

 조금 강하게, 조금이지만 통각이 반응할 듯한 기세로 입술을 포갰다. 그러나 곧바로 멀어져, 위에서 보이는 시야에는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짓는 린제가 있다.

 

"프로듀서님께서 키스를 해주시도록린제에게서 보내는 키스는 일단 이것으로 끝내지요."

 

 낼름 자신의 입술을 사랑스럽게 핥고는, 프로듀서의 뺨에 손을 대면서 린제는 말했다.

 모리노 린제는 키스를 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번 키스의 맛을 알게 된 그녀는 --받는 쪽의 키스를 원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후 역시 참을 수 없게된 린제가 키스를 졸랐지만, 두 사람은 일단 다음 휴일에 눈에 잘 띄지 않는 극장으로 가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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